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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를 입은 왕
황의를 입은 왕
  • 저자로버트 W. 체임버스
  • 출판사바톤핑크
  • 출판일2023-05-04
  • 등록일2023-08-23
보유 6, 대출 0,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책소개

“러브크래프트 서클”은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를 중심으로 세계관을 공유하는 일군의 작가와 그 작품들을 체계적으로 소개하려는 시도입니다.

이번에 크툴루 신화 연대기에 초대된 작가는 로버트 체임버스입니다. 체임버스는 “매혹적”이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작가인 것 같습니다.(물론 역자의 지극히 주관적인 시선입니다만.) 화가를 꿈꾸었던 체임버스에게 『황의를 입은 왕』의 성공은 일대 전환점이었다고 하죠. 화가를 포기하고 작가로 나선 계기가 됐으니까요. 파리의 라틴 지역인 카르티에 라탱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 전작 『라탱지구에서』도 성공을 거두었지만, 호러 단편집 『황의를 입은 왕』은 당대 센세이션을 일으킬 정도의 대성공이었다고 합니다.

체임버스는 판타지와 역사 소설 그리고 로맨스를 넘나들면서 작품들을 양산해냅니다. 함께 그림을 공부했던 친구 깁슨(일명 ‘깁슨 걸’의 창시자로 알려진 찰스 데이나 깁슨Charles Dana Gibson)이 체임버스의 작품에 삽화를 그리면서 ‘보는 재미’까지 곁들여집니다. 이렇게 깁슨이라는 날개까지 단 체임버스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승승장구합니다. 글쓰기와 여가 생활 그리고 사교계 활동까지 안락하고 분주한 삶을 살며 체임버스는 역사와 로맨스에서 종종 호러로 회귀하는데, 미스터리와 액션을 혼합한 『미지를 찾아서』와 『영혼의 살해자』가 대표적입니다. 전자는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희귀 동물을 찾아 나선 동물학자의 이야기고, 후자는 오컬트 스릴러입니다.

체임버스의 초기 작품들을 인상적으로 읽은 러브크래프트는 “『황의를 입은 왕』은 고르지 않은 재미와 경박하고 부자연스러운 프랑스 화실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굉장한 수준의 코스믹 호러를 성취한 작품”이라고 호평했습니다. 반면에 러브크래프트는 체임버스 사후에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체임버스는 루퍼트 휴즈(미국의 소설가이자 영화감독, 작곡가)나 몇몇 몰락한 거물들과 같아요. 괜찮은 머리와 교육 수준을 갖고도 그걸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작가로서의 수입으로 안락한 삶을 살았던 체임버스는 (이런 측면만 본다면 비슷한 입장이었던 로드 던세이니보다도 더) 러브크래프트의 롤 모델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체임버스에게 많은 수입을 안겨준 로맨스 소설을 극도로 혐오했던 러브크래프트, 그러나 평생 가난에 시달렸던 그에겐 체임버스의 풍족했던 삶만큼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는지 모릅니다.

체임버스는 앰브로스 비어스의 해스터(하스터), 카르코사, 할리 호수를 자신의 작품에 차용했고, 이것을(체임버스의 ‘얀’을 포함하여) 다시 러브크래프트가 크툴루 신화에 차용합니다. 특히 처음엔 독립된 단편이었다가 나중에 『미지를 찾아서』의 도입부가 된 「하버마스터」는 러브크래프트의 「인스머스의 그림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단편선집 『황의를 입은 왕』은 “크툴루 신화 연대기 : 러브크래프트 서클”이라는 부제가 더 정확한 설명이 될 겁니다. 체임버스의 『황의를 입은 왕』은 로맨스와 호러를 결합한 단편집이고, “황의를 입은 왕”이 각각의 단편에 모티프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원래는 총 10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4번째 「옐로 사인」까지는 호러, 이후부터는 로맨스의 성격이 짙습니다. 사실 체임버스가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장르가 로맨스이기도 하고요. 반면에 러브크래프트 서클의 일환으로 선보이는 바톤핑크의 이 작품집엔 크툴루 신화와 관련이 있는 전반부의 「명예 수선공」, 「가면」, 「드라공 단지에서」, 「옐로 사인」 이상 4편에 「하버마스터」와 「장례」를 추가하여 총 6편으로 구성했습니다. 5편은 크툴루 신화, 1편(「장례」)은 체임버스의 특징적인 공포를 보여주기 위한 구성입니다

『황의를 입은 왕』은 가상의 희곡으로 이 책을 읽으면 광기에 빠져든다는 설정이 기본입니다. 크툴루 신화의 금서 『네크로노미콘』에 상응합니다. 각 단편의 도입부에 희곡 『황의를 입은 왕』을 짧게 인용하는 형식을 취합니다. 각 단편의 등장인물들은 이 책을 읽고 실제로 광기와 이교적 욕망에 빠져 황의를 입은 왕의 숭배자가 됩니다. 이 지점에서 책 속의 캐릭터인 “황의를 입은 왕”은 컬트 집단이 숭배하는 존재로, 크툴루 신화의 크툴루와 같은 컬트 의식의 구심점이 됩니다. 황의를 입은 왕은 구원을 약속하고 헌신을 요구하는 점에서 종교적이지만 그 구원의 방식이 인간의 영혼과 인간관계를 파괴하고 잠재된 욕망을 일깨운다는 점에선 사교(邪敎)에 가깝습니다. 작품 곳곳에 작가의 주특기인 로맨스에 호러, 때론 SF가 “몽환적이고 모호한” 분위기로 녹아 있습니다. 러브크래프트가 체임버스에게 시쳇말로 “뿅가게” 만든 것이 바로 이 몽환과 모호함이죠.

체임버스는 비어스와 러브크래프트를 이어주는 멋진 가교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자신만의 옐로 신화(Yellow Mythos)를 구축한 셈이죠. 신화라는 심리적 장벽을 쉽게 허물어버리는 현실감이 인상적입니다. 프랑스와 미국을 오가며 실제 지명에 가상공간을 실존 인물에 가상인물을 직조해 자아내는 광기와 비애감도 매혹적이죠. 황의를 입은 왕과 마주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지만 문득문득 카실다의 노래를 들어보고 싶은 충동이 드는 건 왜일까요?

저자소개

지은이   로버트 W. 체임버스     
미국의 작가. 뉴욕의 브루클린에서 태어났다. 체임버스는 명문가의 유복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했고, 훗날 동생인 월터 체임버스(Walter Boughton Chambers) 또한 유명한 건축가로 성공가도를 달렸다. 브루클린 공과대학을 거쳐 스무 살 무렵 예술학생연맹(The Art Students' League)에 입학했다. 계속해서 1886년부터 1893년까지 파리의 에콜 데 보자르(Ecole des Beaux-Arts)와 아카데미 줄리앙(Academie Julian)에서 공부하고 작품을 전시했다. 1893년에 뉴욕으로 돌아온 뒤, 《라이프》, 《보그》 등의 잡지에 삽화를 팔기 시작했다. 체임버스는 1894년에 파리의 카르티에 라탱(라틴지구)을 무대로 운명적인 사랑을 그린 『라탱지구에서』라는 멜로물을 익명으로 출간했다. 이 책의 성공에 힘입어 1895년에 매우 독특하고도 강렬한 호러 단편집 『황의를 입은 왕』을 출간했다. 『황의를 입은 왕』은 체임버스가 그림을 포기하고 작가의 길을 걷게 만든 일대 전환점이었다. 이후 체임버스는 판타지와 역사 소설 그리고 로맨스를 넘나들면서 작품들을 양산해냈다. 『붉은 공화국』(1895), 『문 메이커The Maker of Moons』(1896), 역시 단편집 『선택의 미스터리』(1897), 『제국의 유해』(1898), 『카디건Cardigan』(1901) 등을 잇달아 발표했다. 함께 그림을 공부했던 친구 깁슨(일명 ‘깁슨 걸’의 창시자로 알려진 찰스 데이나 깁슨Charles Dana Gibson)이 체임버스의 작품에 삽화를 그리면서 ‘보는 재미’까지 곁들여졌고, 체임버스를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드는데 톡톡히 한몫했다. 글쓰기와 여가 생활 그리고 사교계 활동까지 안락하고 분주한 삶을 살며 체임버스는 역사와 로맨스에서 종종 호러로 회귀하는데, 미스터리와 액션을 혼합한 『미지를 찾아서』(1904)와 『영혼의 살해자』(1920)가 대표적이다. 전자는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희귀 동물을 찾아 나선 동물학자의 이야기고, 후자는 오컬트 스릴러다. 1924년 이후에도 체임버스는 역사적인 주제에 집중하지만, 이미 변화된 독서시장에서 그의 독자층 상당수가 이탈한 후였다. 1933년 복부 수술을 받은 뒤 사망할 때까지 “쉽고 유능하지만 평단에서는 시시하게 평가하는, 그래도 여전히 많은 잡지들이 높은 고료를 주고 사려는” 글을 계속 집필하였다. 체임버스의 작품은 작가 생전에 14편이 영화화되었다. 특히 화가와 그림 모델 간의 사랑을 주제로 결혼 문제를 다룬 『불문율The Common Law』(1911)은 세 차례 영화화되기도 했다. 체임버스는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 신화를 비롯해 후대 작가들에게 큰 영감과 영향을 주었다.

엮고 옮긴이   정진영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상상에서는 고딕 소설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와 잿빛의 종말론적 색채를 좋아하나 현실에서는 하루하루 장밋빛 꿈을 꾸면서 살고 있다. 고전 문학 특히 장르 문학에 관심이 많아서 기획과 번역을 통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와 작품들도 소개하려고 노력 중이다. 스티븐 킹의 『그것』, 『러브크래프트 전집』, 『좀비 연대기』, 『잭 더 리퍼 연대기』, 『코난 도일 호러 걸작선』, 『죽이는 로맨스』 등을 번역했다.

목차

들어가는 말
명예 수선공
가면
드라공 단지에서
옐로 사인
장례
하버마스터
저자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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