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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일기
귀촌 일기
  • 저자이성남
  • 출판사한국문학방송
  • 출판일2023-05-10
  • 등록일2023-11-23
보유 5, 대출 0,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책소개

강변에 하늘 높이 치솟은 미루나무를 의지하고 아버지는 원두막 집을 지었다.
개울에 흐르는 물로 쌀을 씻고 원두막 아래 자갈밭에서 나뭇가지를 모아 불을 피워 냄비 밥을 끓이고 국을 끓여 다섯 식구가 먹고 살았다.
1947년 겨울 일곱 살 때 삼팔선은 막혀 있었다.
월남한 피난민들은 곧 전쟁이 터질 것이라 짐작하였다.
1948년 1월 1일 아침 나는 의정부 수용소에서 미군들이 주는 음식을 줄서서 받아먹었다.
큰 오라비를 데려오기 위해 다시 입북했던 어머니도 큰 오라비와 수용소에서 재회를 했다.
피난민을 위한 무료승차권은 대구까지였고 김천을 거처 점촌까지는 기차로 올 수 있었다.
아버지는 벌목 삼판이 있는 가은으로 들어왔다.
산촌 사람들은 함경도 사투리 말씨를 쓰는 우리 가족을 품어주지 못하였다.
서른 살 초반의 아버지는 강가에 큼지막한 돌들을 모아 화장실로 사용하게 하고 메뚜기를 잡아 오라 하였다.
초가을이라 메뚜기는 벼논 가에 많이 있었다.
나는 강아지풀 기다란 대공에 잡은 메뚜기를 매달았다.
아버지가 강변 자갈더미에 불을 지펴 구워주는 메뚜기는 참 고소했다.
강물 위쪽은 나무기둥으로 세운 외나무다리가 있고 우리 원두막 집께는 얕아서 무릎 위로 속옷을 걷어 올리면 건널 수 있었다.
강 건너 도리실은 커다란 느티나무들 사이로 집들이 듬성듬성 보였다.
외나무다리를 기준으로 사람들은 아랫담 위 땀 이라 불렀다.
아랫담에 사는 우 씨 영감님이 마나님이랑 같이 아침마다 원두막 집을 찾아 왔다.
원두막 집은 꽤 넓어 우리 집 식구와 강 건너 영감님 내외랑 같이 앉아도 비좁지 않았다.
마나님은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발가락 사이를 벌리며
“요놈 봐라 또 여기 붙었네, 요놈....”하며 살에 붙어 고불 탕 거리는 거머리를 손가락으로 떼어내곤 하였다.
강 가 얕은 물에는 거머리가 많아 발가락에 붙어 피를 빨았다.
“사람 사는 동네에 와서 이러고 살면 되나.... 앞으로 날씨도 추워질 터인데.... 어린 것들 데리고 ..... 어서 우리 집으로 옮기세....사랑방을 비워 놓았네...”
영감님은 산에 큰 나무를 벌목하는 중간 목상이었다.
두 번 세 번 거듭 요청하는 아랫담 영감님 권유를 받아들여 아버지는 원두막 집을 떠나기로 하였다. 1948년 초가을이었다.
평생 고달픔에 시달렸을 아버지 영전에 “귀촌일기”를 올립니다.
― 〈머리말〉

저자소개

● 석엽(汐葉) 이성남(李成南) 
△《시대문학》 시 등단
△시대시인 회장 역임
△한국문인협회 문인저작권위원. 현대시인협회 이사. 현대문학작가연대 이사. 서문협 자문위원. 농민문학 이사
△국제펜한국본부 회원. 문경문인협회 회원 
△문경 앙친정사(詩문학서실) 운영
△시집 『새벽 창가에 서다』 『길을 열어라 바람아』 『비몽』 『사는 까닭』 『천형의 비밀통로』 『귀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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