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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움은 꽃으로 피고
뜨거움은 꽃으로 피고
  • 저자이경규
  • 출판사푸른생각
  • 출판일2023-07-28
  • 등록일2023-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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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런 차갑고 관념적인 목소리와 다른 음색을 내는 시인이 있다. 그 시인은 자신의 내면에서 오랫동안 우린 목소리를 낸다. 그의 시에는 그가 딛고 선 땅과 다니는 길, 그리고 그의 말투가 맨 목소리로 그대로 울린다. 그의 목소리는 소심하다. 그의 시에는 색다른 시어랄 것도 없고, 특별한 상상력도 보이지 않는다. 보통 사람의 생활 속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그대로 시로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 시인이 이경규 시인이다. 그는 타고난 목소리로 시를 쓴다. 그 시는 자신이 살아낸 세월을 그대로 드러내는 내면의 소리다.(중략)

이경규 시인은 오랜 세월의 인고 속에서 한 송이 꽃을 피웠다. 그 꽃은 서정주의 “누님 같은 꽃”이며, 만공의 “우주의 꽃”이다. 그러므로 시인은 이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봄-여름-가을-겨울을 견디며 지내왔다. 꽃샘추위도 거치고 거센 폭풍우도 지나왔으며, 무서리와 찬바람, 그리고 눈보라와 냉골의 인내도 지나왔다. 그사이 은혜를 입은 사람도 잃고, 사랑하는 사람도 떠나보냈다. 몸은 부실해지고 마음조차 허물어져 간 후 저만치 핀 한 송이 꽃, 그것이 이 한 권의 시집이다. 그는 마름질하듯 틀에 맞춰 살아오지 않았다. 거칠고 투박한 삶 속에서 늘 조마조마하며 소심하게 살았다. 그만큼 시에 대한 논리 또한 돌아보지 않았다.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어쩌면 그의 시는 우리 시대 반드시 필요한 바닥 민심의 목소리가 아닌가 싶다. 요즘처럼 댄디하고 주지적(主知的)인 시의 경향 속에서 소시민의 의식 밑바닥에서 배어 나오는 언어야말로 지금, 여기의 시가 아닌가 싶다.

우리 시대 젊은 시들에는 삶이 아직 영글지 못해 언어 중심의 모자이크나 과도한 주의(主義)와 경향성에 함몰되어 있어서 삶의 현장성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오직 첨단의 의식만을 보여주는 이러한 시들은 우리 시의 변이라고 할 수 있다. 젊은 층 사이에서 이 변이가 바이러스처럼 퍼지고 있는 현실에서 이경규 시인은 우리의 말과 우리의 정서를 표현하려고 애쓴다. 이는 그가 얼마나 오랜 인고의 세월을 하나의 시 언어로 표현하려고 애썼는가를 보여준다.

우리의 삶에서 우려낸 의식을 표현하는 데에 시의 어법이나 구성법이 그렇게 큰 몫을 차지하지 않는다고 본다면 이경규의 시는 유의미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피워낸 한 송이 꽃이 공감의 향기로 퍼져가길 바란다.

― 전기철(문학평론가) 작품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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