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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 소개>
근미래에 벌어지는 북한 붕괴와 대규모 난민 사태 등을 배경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안전예방국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
서울 전역에서 마약 카르텔 조직원들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고, 안전예방국 수사관 도연이 사건 해결에 투입된다. 그러나 너무나도 깔끔한 살해 현장에 그는 단서 조차 잡지 못한다. 오히려 단서는 조직 위에서 도연에게 전달되는데, 연이은 살인 사건 뒤에는 시민들의 조직이 숨어 있었다.
'국가가 지킬 수 없는 정의는 내가 지킨다' 라는 이념으로 뭉친 시민들의 단체가 정말로 마약에 찌든 대한민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미리 보기>
도연은 어두운 밤거리를 걸었다. 문 닫은 상가 사이를 지나려니 기분이 으스스했다. 한국의 밤거리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너무 많은 범죄가 일어나고 있고 경찰력만으로는 사람들을 지킬 수가 없다. 도연은 자신도 모르게 외투 안에 숨겨놓은 권총을 만지며 뒤에서 따라오는 사람은 없는지 살폈다. 골목의 가로등 아래에 고양이 그림자 하나 따라붙지 않은 것 같았다.
도연은 접선 장소에 다가가서 셔터로 닫힌 문을 두드렸다. 셔터 한쪽이 여닫이 문처럼 열리며 한 남자가 고개를 내밀었다. 서른쯤 되어 보였지만 어둠 때문에 더 나이 들어 보였다.
"누굽니까?"
"오늘 만나기로 했던 사람입니다."
"아, 들어오시죠."
도연은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 보초 셋이 서로 거리를 벌리고, 자동 소총으로 무장한 채 지키고 서 있었다. 안은 허름한 차고였다. 나무 상자가 구석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검은 SUV 한 대가 주차되어 있었는데 앞 부분이 심하게 찌그러져 있었다. 갓을 씌운 전구알이 드문드문 켜져서 차고에 드리운 어둠을 몰아냈다.
"안전예방국 수사관 김도연입니다."
"김수영입니다. 보국충정회를 이끌어 나가고 있습니다."
도연은 수영과 손을 맞잡았다. 굳은 살이 배긴 손이었다.
"안전예방국에서 왜 보자고 하신 건지 궁금하더군요. 그래서 만나보려고 한 겁니다."
뒤에서 철컥하고 소총을 장전하는 소리가 들렸다. 말하자면 도연은 지금 호랑이굴에 들어온 상황이었다. 뭔가 잘못될 경우 죽어서 나갈 수도 있었다. 마약 카르텔하고도 싸우는 사람들이 공무원 하나 없애는 것쯤은 일도 아닐 것이다. 도연은 여차하면 권총을 사용할 생각도 품었다. 주머니에 들어있는 권총을 움켜쥐었다. 상부에서도 요원을 잃는 것보다 권총을 무단 사용하는 것을 낫다고 판단하리라.
"일단 당신들 활동 덕분에 곤란해진 사람이 몇 사람 있다고 말해두지요. 나는 그것 때문에 온 겁니다. 당신들이 지금껏 사건을 벌여온 겁니까? 종로, 논현, 마포…."
"예, 그랬죠. 우리가 그랬습니다."
수영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무엇 때문이죠? 목숨이, 그러니까 여러분이 위험할 수도 있잖아요?"
"당연히 그게 옳으니까 그렇죠."
수영은 침착한 태도를 유지했다.
"우리는 스스로 우리를 위협하는 사람들을 몰아내려고 하는 겁니다."
"국가 정책이나 사법 당국을 전혀 못 믿겠다는 말처럼 들립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그건 우리가 의도하는 바가 아닐 겁니다. 우리는 오직 조국을 위해 모인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마약상들은 거리에서 마구 날뛰고 있는데 비교해보면 누가 더 나은지 분명해지지 않겠습니까."
"경찰청이 공격받았어요. 많은 사람들이 죽었죠. 앞으로 그 비슷한 일이 얼마나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르고요. 그건 부수적 피해가 아닙니다."
"그래요? 우리가 누구를 난처하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네요.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믿는 바를 계속 따라갈 겁니다. 무엇도 약속할 수 없어요. 마약상들하고 계속 싸울 거고, 그건 아마도 한쪽이 끝나는 날까지 계속되겠죠."
"확신합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그럴 수 있을 거라고요?"
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마약상들한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모임이에요. 마약 카르텔 때문에 가족을 잃었던지, 중독자가 되었던지, 감옥에 들어갔던지 하는 사람들 모임이라고요. 그러니 우리가 어떻게 마약상들하고 싸우는 것을 멈출 수 있겠어요?"
도연의 한쪽 눈이 보초 하나가 동의하느라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잡아챘다.
"지금 하고 있는 활동이 불법 활동인 것을 알고 계시죠? 사실 지금 어마어마하게 많은 법규 위반을 저지르고 있는 겁니다."
수영이 격분해서 소리쳤다.
"하지만 우리더러 총을 들게 만든 건 결국 사법 당국이에요. 당신네들이 제대로 일을 못하니까 우리가 총을 들고 거리로 나온 겁니다. 당신들이야말로 민간인 피해를 부수적 피해로 취급하고 있지 않아요? 우리를 이렇게 만든 게 누군데 그래요? 웃기는 소리지."
"좋아요. 그 얘기는 넘어갑시다."
도연은 화제를 돌리려고 했고 수영도 거기에 동의했다. 수영의 얼굴은 여전히 붉어진 상태였다.
"담배 피웁니까?"
수영이 담배갑에서 담배를 한 대 내밀었다. 도연은 담배를 입에 물었다. 수영이 불을 붙여주었다. 회색 연기가 공중으로 피어 올랐다. 도연이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사실 내 상관들은 그쪽이 하는 일을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거 마음에 드는 소리군요."
"우리는 사실 마약 카르텔하고 싸우기도 힘든 판이죠. 인정합니다. 매일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일에 끝이 없죠."
도연은 스스로의 말에 고통 받았다. 현장 요원으로서 그 사실은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임무는 임무였다.

목차

표지
목차
애국자들
게임의 한복판
부수적 피해
시리즈 및 저자 소개
copyrights
(참고) 종이책 기준 쪽수: 61 (추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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